내가 어렸을 때.. 몸이 좀 약한 편이었던 듯하다
뭐 크게 아파서 병원에 간적은 없었지만... 골골하기는 했던 듯.
지금도.... 그리 건강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어째든 골골하던 나는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아팠던 것 같다.
혓바늘(이건 주로 돼지 간을 먹은 듯)도 돋고, 그냥 열이 나거나 하는 등으로...
어렸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디가 아팠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어째든 꽤 자주 아팠던 것 같다.
그럴 때 부모님이 해주시던 것이 있는데..
처녑국이었다.
그 때 그리 잘 살던 처지는 아니라 뭐 영양제나 뭐 이런 것은 먹기 힘들었고.
골골 아프면 단백질 보충겸 해서... 처녑으로 국을 끓여 주셨었다.
다른 것은 넣은 것 같지 않고 정말로 처녑만 끓였거나 마늘만 살짝 넣으셨던 듯한다.
연탄 아궁이를 쓰던 옛집 부엌에서 처녑국을 끓이면 온 집안이 그 냄새로 진동을 하곤 했다.
사실 처녑의 향이 양지나 사태 같은 구수한 향이 아닌 약간 자극적인 향이라서
그 때는 그리 썩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원래 어린애들이 후각이 더 민감한 법이라서.
그렇게 몇시간을 끓인 처녑국에 소금간 살짝 해서 한 대접씩 들이켜야 하곤 했다. ^_^
향은 싫어 했고, 검은색이 도는 색도 별로 좋지않았지만,
맛은 약간 특이함에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 어릴 때 기억이 있어서 일까?
처녑이나 양이 들어간 곰탕이나 해장국을 먹게 되면..
어릴 때의 기억에 빠져 들고는 하는 것 같다.
오히려 생으로 먹는 처녑은 별로 안좋아한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하동관의 곰탕이나 청진옥의 해장국을 먹게 되면 따뜻한 감상에 휩싸인다.
그 안에 들어있는 내장들의 맛이 옛 생각을 나게 하는 것이다.
그냥 음식 맛을 넘어선 따뜻한 기억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하동관의 곰창과 청진옥의 해장국은 맛도 훌륭하지만,
이런 기억이 바로 그 음식을 소중한 음식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특히, 하동관의 곰탕은 어릴 때 어머니가 끓여 주셨던 곰탕의 맛과 느낌이 많이 비슷해서 더 정이 간다.
요즘 입맛에 비해서는 많이 기름진 곰탕일지 모르지만...
내 어릴 때는 한 번 곰탕 끓이면 그 기름진 맛이 핵심이었으니까..
그리고, 뜨겁지 않다는 거.
요즘 탕이나 해장국집에서는 뚝배기에 팔팔 끓고 있는 국을 주는 것이 대부분인 듯한데.
사실.. 그렇게 뜨거운 국이나 탕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나도 뜨거워서 맛을 느낄 수도 없고... 처음 먹을 때 간이 안맞는 것 같아 넣은 소금 때문에 나중에는 짜게 되기 때문이다.
국이나 찌개 간은 끓고 있을 때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뜨거울 때는 맛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뭐 개인적으로 뜨거운 것을 잘 못 먹는 이유도 있지만,
하동관이나 청진옥의 적당한 뜨겁기의 곰국과 해장국은 나 한테는 딱이다.
이걸, 뜨겁지 않게 해서 얼릉 먹고 나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던데..
나로써는 가장 먹기 좋은 온도로 맞추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사실 집에서 국 끓여서 먹는 온도도 이 정도 온도가 아닐까..
다시 처녑국으로 돌아와서.
아마 처녑국을 먹던 것은 초등학교 3~4학년 이후에는 없었던 것 같다.
오랜 시간 끓일 연탄 아궁이는 연탄 보일러로 바뀌었고.
간유구나 80년대 한국인의 건강을 책임져준 비콤, 비콤씨같은 것을 먹은 덕택이었던 듯 하다.
즉 더 이상 큰 마음 먹고 처녑국을 끓여 먹지 않아도, 돼지 간을 사다 먹지 않아도 영양 부족으로 생기는 문제들을 해결 할 만큼 영양제와 같은 것들이 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도 다시는 겪지 못 할 시절의 어떤 어린이의 추억은..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음식 속에 남아 있다...
비록 나라가 가난하고 집안이 넉넉치 않아서 영양제도 잘 사먹지 못했던, 영양 부족이 되었던 시절의 이야기지만, 그래도 음식속에서 그 시절의 기억을 만나게 된다.

청진옥의 해장국 사진, 맛객님 사이트에서 들고 왔습니다.
(http://blog.daum.net/cartoonist/13394848)

하동관의 국밥, 하동관 사이트에서 찾아 왔습니다.
http://www.hadongkwan.com/





